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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wcap1, 2009/01/29 13:30, IT & Tech]
책을 읽다보면 나오듯 MP3 플레이어 아니 음악은 디지털화가 되면서 이미 산소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는 요소로 자리를 잡은 게 사실이죠. 대한민국 특산품이라는 어떤 이유로든 눈길을 조금 사로잡을 만한 부제를 더한 MP3 플레이어 전쟁(한울. 서기선 저)이라는 책은 부제에서 말하는 '원조'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잠정적 결과를 겪고 있는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분야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마치 영화의 스포일러를 미리 보듯 이 책에서 말하려는 현실적 결과의 상당수는 애플의 그것일 것이고 미래는 불분명하다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역사에서도 그렇다고 하지 않나. 패자를 기억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물론 국내 MP3 산업 자체를 패자로 칭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MP3 플레이어를 두고 벌인 '전쟁'을 논하자면 어쩔 수 없이 한시적이든 어쨌든 승자라 칭할 수도 없는 입장인 건 분명하다는 뜻일 뿐입니다.

아무튼 달갑지 않은 상상(?) 탓에 책자를 펴는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습니다. 책은 예상대로 MP3 플레이어 비즈니스의 탄생 비화를 시작으로 레인콤의 성공과 좌절을 다룬 2장을 살짝 지나 애플의 탄생까지 3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MP3 플레이어의 역사는 책을 읽는 이에게도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펴는 느낌을 준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언제더라. 1998년(왜 1997년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한정보시스템이 엠피맨 MF-10을 내놓으면서 MP3 플레이어를 처음 접하게 됐다. PC통신을 통해 알게 된 이 녀석, 아마 32MB였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도 처음 구입했던 MP3 플레이어이기도 했죠(책에는 MF-20 사진이 나와 있지만).

아무튼 책을 통해 실제로 이 제품을 개발했던 회사가 디지털캐스트라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게임 쪽을 맡고 있어서 이쪽에 무지하기도 했고 누가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결국 새한정보시스템과 디지털캐스트가 결별했다고 했는데 일반인에겐 새한정보시스템만 각인됐던 것도 사실이죠.

MF-10 덕에 우리나라는 'MP3 종주국'이라는 프리미엄을 안았던 건 분명합니다. 디지털캐스트는 새한정보시스템과 결별 후에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에 합병, 리오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를 내놨고. 오랜만에 보는 사진. 리오 300과 600 모델. 두 제품은 (사실 구입한 건 아니었지만) 모두 실제로 써봤습니다. 600의 경우 리오 시리즈에선 마지막에 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플레이어를 손으로 잡으면 참 질감이 좋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제 레인콤의 성공을 다루고 다시 4장에서 7장까지 다시 MP3의 탄생과 애플의 등장, 참 투박했던 크리에이티브와 삼성 등 (책의 표현에 따르면) 애플 '도우미'를 다시 되새김질하고 있군요.

사실 책의 구성에서 1장부터 7장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인터뷰 대상이 등장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일 수 있지만 비슷한 표현이 중복되어 있다는 인상도 있거니와 1장부터 7장까지 시간대순으로 MP3 플레이어 자체의 역사를 조금 깊이 있게 다뤘다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솔직히 7장까지 읽지 않아도 국산 MP3 플레이어의 실패 원인, 그리고 반대로 애플의 성공의 이유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콘텐츠'를 모를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이니 말이죠.

아무튼 실제로 애플의 아이팟이 국내에 처음 선보였던 당시 기억도 납니다. 솔직히 아이팟을 처음 보고 지금처럼 '신화' 수준으로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천한 안목'도 한 몫을 했겠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MP3 플레이어는(지금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하드웨어 중심(기기 중심)이었으며 성능 중심이었다는 게 더 큰 이유였던 것 같고.

애플의 그것은 분명 멋졌지만 가격은 너무 비쌌고 플래시가 아닌 하드디스크였고 불법 콘텐츠가 판치는 우리나라에서 접했을 뿐이고 더구나 지금도 그렇듯 아이튠즈 서비스는 국내에서 하지도 않았고 말이죠. 무슨 상상을 더 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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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P3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인 건 당시에도 분명했습니다. 하드웨어만으로도 몇 년 안에 매출 1조를 넘겠다던 레인콤이 있을지라도 잠정적인 위험 요소가 분명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아. 레인콤. 처음 이 회사가 프리즘 모양을 한 MP3 플레이어를 내놨을 땐 앞서 언급했듯이 성능 중심인 시장에서 마니아에겐 큰 환영이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음질은 코원보다 한참 떨어졌고 재생시간은 디지털웨이(엠피오. 기억엔 아마 AAA 건전지 하나로 10시간 연속 재생 넘긴 첫 제품을 내놨던 것 같다)보다 훨씬 못했죠.

하지만 성능이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지고 디자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레인콤은 수많은 경쟁자를 압도했습니다. 성능이나 기능 경쟁의 시대가 아닌 디자인 경쟁의 시대. 애플은 기본적으로 MP3가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점, 하드웨어의 경쟁 패턴도 기능에서 디자인으로 이행되던 시기에 나와 국산 MP3 플레이어를 누르고 1위를 거머쥐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아이팟이 처음 성공을 거둔 시절만 해도 레인콤은 자신감에 차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아마 기억이 맞다면 코엑스 인터컨티낸탈 호텔인가에서 레인콤이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던 자리에서 양덕준 사장이 그런 말을 했죠.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플래시 시장에선 우리가 강자"라는 뭐 그런. 아무튼 직접 그 자리에 가봤었지만 당시만 해도 레인콤의 자신감이 적어도 국내에선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시기였습니다. 천한 안목 덕인지 몰라도 제 고개도 끄덕.

실제 기능적인 면이나 편의성에서 봤을 때 아이팟 셔플은 조금 그랬죠. 셔플, 그러니까 랜덤 기능은 이미 다 있는 것이었지만 랜덤이 셔플이 되고 애플이 강조하니 특별한 게(마케팅 포인트) 됐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건 아이팟 셔플이 아니라 애플이 고가, 하드디스크 뿐 아니라 저가, 플래시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셔플을 사지 않더라도 경쟁 업체가 가격을 내려야 하는, 마진을 포기해야 하는 그래서 저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거죠. 머니 게임. 뭐 덩치 큰 녀석이 이기죠.

책을 읽은 소감을 적으려다 쓸데없이 옛 기억만 더듬었네요. 책의 후반부는 꽤 볼만합니다. 아이팟 이후, 그러니까 수많은 디지털 기기에서 기반 기능화가 되어버린 MP3 이후의 경쟁에 대한 얘기입니다. 휴대폰을 MP3의 아성을 무너뜨릴 후보로 꼽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음악 기능을 담은 휴대폰은 오는 2010년이면 전체 휴대폰의 75% 수준인 7악 9,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아이팟은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인 판매'를 거듭해 1억 대를 넘겼다는데 이는 노키아가 지난 2007년 판 뮤직폰 1억 대와 비슷할 뿐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선제적 대응'에 대한 얘기도 책에 나옵니다만 이런 통계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휴. 아무튼 책을 다 읽었습니다. 8장(강력한 경쟁자들이 몰려온다)에서 9장(애플 승부수 아이폰)까지 꽤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긴박감을 준 듯했지만 마지막엔 다소 김이 빠진 듯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한 듯해서 아쉽군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기쁨은 실제로 접해봤던 꽤 많은 MP3 플레이어를 추억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대한민국 특산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실패에서 얻는 교훈'을 우린 지금 얘기하고 있지만 어차피 결승점이 있는 경기가 아니니 다음 '전쟁'에선 승리를 기원해봅니다.


대한민국 특산품 MP3 플레이어 전쟁 - 6점
서기선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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