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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wcap1, 2007/12/17 15:26, 여행]
여행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말이 뭘까요? 일탈의 즐거움?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냥 순간순간 보이는 모든 게 새롭다는, 그런 즐거움이 있으니 표현이야 어쨌든 여행은 마냥 즐거울 뿐입니다. 물론 말 그대로 잠시 객이 되는 것뿐이니 돌아오면 잔향만 남을 뿐이지만.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필리핀 세부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신혼여행을 빼곤 그냥 쉬러 가는 여행을 가본 적은 없습니다. 회사 식구들과 함께 다녀온 것이지만 워크숍이나 그런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여름을 만끽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론 필리핀도 처음 찾는 여행지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필리핀 족보부터 보면 인구는 2004년 기준으로 8.624만 명, 면적은 한반도보다 1.3배나 큰데 7,107개나 되는 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민소득은 2004년 기준으로 1,000달러 정도이고 전 국민의 83%가 천주교입니다. 언어는 현지어인 따갈로그와 영어를 씁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고 화폐는 페소를 씁니다. 이 정도가 아주 기본적인 정보군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는 빈궁한 나라지만 한때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았던 곳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원조도 했었다고 하더군요. 통일벼 아시죠? 현지 가이드에게 들어보니 통일벼의 품종은 필리핀이 개발해서 우리에게 전수해준 것이라고 하더군요. 뭐 따로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현지어는 따갈로그와 영어 2가지라고 하지만 영어만 써도 충분합니다. 가이드가 그러데요. 스페인이나 영어 식민지가 되는 바람에(이런 사고방식 안좋지만) 그나마 통용되는 언어가 통일된 것이지 그 전까지만 해도 토속 언어가 너무 많아서 서로 의사소통이 안됐다고 합니다.
총기 소유가 되는 나라이다 보니 '살인면허'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한테나 주는 건 아니고 사설 가이드나 그런 사람들한테 주는 것인데요. 청부 살인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200∼2,000달러까지 다양한데 200∼400달러 사이에 암살해주는 사람은 의리가 없다고 하네요. ^^ 살인할 사람한테 가서 돈 더 주면 의뢰인 저승길로 안내하겠다고 쇼부를 친다는. 쿨럭. 물론 2,000달러짜리 킬러는 꼭 의리를 지킨다고 합니다. 왜냐? 의뢰인을 불면 가족이 몰살당한다고 하네요. 털썩. 이거 여행 얘기를 하다가 처음부터 킬러로 빠졌군요. 아무튼 다시 여행 얘기를 하죠. 이번에 간 곳은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세부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세부 본섬 옆에 막탄이라는 섬이고 숙소는 샹그릴라 리조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밤에는 위험할 수 있어서 그냥 숙소에만 있었는데 리조트 내부가 워낙 넓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용 해변도 있고 수영장도 리조트 한 가운데에 몇 개씩 있습니다. 재미있는 게 전용 해변에 가보면 알지만 모래가 정말 부드럽습니다. 원래 필리핀에는 이런 백사장이 없는데 예전 필리핀 대통령(지금은 죽었죠)이었던 마르코스의 아내 이멜다 아시죠? 이 아줌마가 "왜 우린 이런 백사장이 없냐"면서 호주산 모래를 퍼와서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이멜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필리핀 진주가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큰 건 몇백 억 원 하는 것도 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마르코스와 이멜다에 얽힌 진주 얘기도 있습니다. 이멜다는 원래 우리로 따지면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미인인데 워낙 비리가 심해서 3등으로 밀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1등인 게 밝혀져서 다시 1등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멜다가 거절했다고 합니다. 마르코스는 재력가 집안 출신에 20대에 이미 의원에 당선된 사람인데요. 이런 이멜다의 모습에 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혼을 했는데 거절당했죠. 조금 지나서 이멜다 아버지가 소송에 걸리자 마르코스가 해결해줄 테니 딸을 달라고 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마르코스는 이멜다를 찾아가서 당신 아버지와 약속했으니 나와 결혼해달라고 얘기했지만 "그럼 우리 아버지와 같이 살라"고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결국엔 진주(영혼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를 필리핀 섬 개수만큼(7,107개죠) 가져와서 "자신의 조국 필리핀을 그대에게 바치겠다"는 말로 청혼을 하자 이멜다도 받아들였다고 하네요. 물론 그래서 나라 말아먹었지만. 이멜다는 엄청난 구두 수집광으로도 유명했죠. 이멜다는 어려운 집안 출신인데요. 필리핀 가서 보면 알겠지만 맨발인 사람이 많아서 발만 보면 여자나 남자나 별로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이멜다 역시 못 생긴 발에 대한 콤플렉스 탓에 구두를 이렇게 많이 수집하게 됐다고 합니다. 다시 여행 얘기로. ^^ 샹그릴라 리조트에는 이런 뒷얘기가 있는 전용 해변이나 수영장 외에도 야외에 탁구장과 당구장이 있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도 있습니다. 마사지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가격은 3만 5,000∼4만 원 사이. 시내에서 받으면 훨씬 싸고 좋습니다. 저도 시내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손길은 부드럽고 몸은 시원하더이다. 샹그릴라 리조트 안에선 그냥 한국 사람끼리 다녀도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한국인 안내원만 해도 십여 명 근무하고 있으니 모르겠으면 로비에 물어보면 됩니다. 방에 있는 건 물 빼고는 모두 돈을 내야 하는 것인데요. 물은 하루에 두 병씩 나옵니다. 이 곳 물도 석회질이어서 그냥 마시면 조금 그렇고요. 매일 주는 물을 마시는 게 좋겠네요. 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1달러 정도만 주고 달라고 하세요. 잔뜩 줍니다. 하루 정도는 수영장에서만 놀아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땐 해변에 가서 무동력 기구를 타봐도 좋습니다. 카누 같은 것 말이죠. 공짜입니다. 제트스키도 있는데 이건 돈을 따로 내야 합니다. 생각보다 수심이 깊은 편이니(빠졌는데 발에 닿지 않더군요) 수영 못하는 사람들은 안 타는 게 좋을 수도. ^^ 리조트에만 있기 지루하다면 밖에 나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스노쿨링을 즐기는 것도 좋겠습니다(수영을 못하는 탓에 전 그냥 구경만 했지만). 스노쿨링 끝나고 근처 섬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요. 필리핀식 비빔밥 같은 것이었습니다. 비닐 장갑을 양손에 끼고 밥 위에 이것저것 음식을 얹어놓고 손으로 비벼서 먹으면 됩니다. 맛이요? 다들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더군요. 좋습니다. 세부시티 시내도 가봤습니다. 성어거스틴 교회(산토니뇨 성당)와 산페드로 요새, 마젤란 십자가 등을 구경했습니다. 세부는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하다가 죽은 곳입니다. 마젤란 십자가는 마젤란이 처음 세부에 상륙해서 세운 것을 기념해 그 자리에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뭐 믿을 수는 없지만 신통력이 있다고 하네요. 세부 바로 옆 막탄 섬에는 마젤란이 상륙한 것을 기념하는 기념비도 있습니다. 산페드로 요새는 스페인이 통치하던 시대에 세워진 것인데 규모는 정말 작습니다. 삼각형 모양인데 마젤란의 배가 세 척이었던 것을 기념한 것이라고 합니다(원래 네 척이었는데 중도 탈락했죠). 세부에 가서 살만한 물건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세부 기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거리에 나서면 작은 기타를 파는 노점상이 정말 많습니다. 기껏해야 1만 원 정도지만 완성도는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이 곳에서 물건 살 때에는 반드시 흥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부 기타도 처음에는 15달러 불렀는데 가이드가 옆에서 10달러에 하자고 하니 바로 맞춰주더군요. 더 작은 액세서리 같은 기타도 덤으로 주고요. 짝퉁 선글라스도 마찬가지. 처음엔 하나에 10달러 불렀는데 계속 덤으로 더 달라고 하니 나중엔 5개까지 주더라는. ㅋ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즐거웠습니다. 정반대인 계절, 여름으로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가뜩이나 이국적인 풍경인 곳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잠시 스트레스 받는 일 모두 잊고 편하게 일탈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서울이네요. 쌀쌀한 날씨 탓에 별 생각 없어도 현실계(^^)로 돌아온 게 느껴지지만 가슴 한 구석에 담아온 여름이 있어 좋습니다. ![]()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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